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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2
대학원 박사과정 때 함께 수강했던 선배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서로 안부를 전하고 선배가 말을 꺼냈습니다.
"경옥아, 내 딸이 다낭성난소증후군 때문에 작년부터 생리를 안 하는데 한의학으로 될까?"
"쉬운 질환은 아니지만 오시면 제가 한 번 볼게요. 힘들겠으면 고수 원장님께 소개해 드리고요."
"그래, 그러면 딸아이와 엄마한테 너 찾아가 보라고 할게."
"네. 오시면 잘 봐 드리고 말씀드릴게요."
3일 후 형수님과 20대 중반의 따님이 한의원에 내원하였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진단받고 1년 정도 호르몬 요법을 받으셨습니다.
약을 복용할 때는 생리를 하다가 계속 약에 의지하는 것이 걱정되고 불안해서 중단했더니 작년 7월 이후 약 7개월간 생리를 안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자궁내막은 초음파 검사상 두꺼워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부인과로 유명한 차병원에서는 경과를 지켜보자 했고, 잘 한다는 한의원에 가서 3개월간 한약을 복용하기도 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 증상을 확인하고 나서 문진표를 통해서 현재 컨디션과 기타 불편한 증상들을 모두 표시합니다. 한의학은 진단명보다 환자 전신의 몸 상태를 평가하는 변증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전공해서인지 평소 양 목이 아프고 눈이 뻑뻑합니다.
최근 1년 이내에 체중이 10kg 가까이 늘어서 유산소 운동과 필라테스를 하는데, 운동하면 손이 자주 붓는다고 합니다.
손발이 차가운 편이지만 추위를 많이 타지는 않고 냉이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땀을 흘린다고 몸이 무거워지지는 않습니다.
요즘 식욕이 줄어 식사량도 줄었는데 소화가 불편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대변은 하루에 한두번 정도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닙니다.
갈증이 있어 물을 하루에 1.5리터 정도 마시는데 목마름이 해소되는 느낌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무월경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양방적인 원인도 그렇고 한의학적인 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분처럼 7개월 이상 완고하게 무월경이 지속되는 것은 혈어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즉 오래된 어혈이 생리혈이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는 경우입니다.
어혈이 주원인으로 무월경이 있을 때도 몸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달라집니다.
몸이 실하고 변비도 있을 때는 강한 약이 들어갈 수 있는데 대표적인 처방이 하어혈탕입니다.
이분의 경우 평소 냉이 많고 추위를 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변비도 없었죠.
그래서 그보다는 좀 더 순한 약이 나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갈증이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처방이 떠 올랐습니다.
바로 토과근산입니다. 토과근 작약 계지 자충으로 구성된 처방으로 아랫배가 당기고 생리를 안 한 때 사용합니다.
토과근은 과루근으로 대체하여 갈증을 줄여주고 작약은 복부의 당김을 풀어주고 어혈도 완만하게 풀어줍니다.
계지는 육계로 대용해서 사용하는데 하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말초까지 순환이 잘되도록 도와줍니다.
자충이 중요한 약입니다. 오래된 어혈 즉 건혈을 풀어주는 주 약재입니다. 동물성 약재이기 때문에 따뜻한 물에 살짝 데치듯이 담갔다가 약한 불로 약재에 스며든 물이 빠지도록 오래 볶아줍니다. 그래야 약의 효능도 좋아지고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대학병원을 비롯한 양, 한방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만족스럽지는 않았지요.
그래서 제게 왔을 때도 과연 될까라는 걱정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처방이 있습니다. 한 달 경과를 볼 것입니다. 이 처방이 맞다면 보름쯤이면 미약하나마 몸의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동안 유명하다는 한의원에서 3달간 한약도 먹어봤는데 가능할까요?"
"네. 제 처방으로 보름분씩 두 번 나눠서 드리겠습니다. 제가 1주일마다 카톡으로 연락을 드릴 거에요. 2주 후 몸 상태를 보고 동일 처방으로 계속 쓸 것인지 아니면 가감을 해서 변경하던지 할 거에요. 이 처방이 효과가 있다면 한 달 안에는 결정 날 거에요."
"네. 원장님 그러면 그렇게 해보죠."
"만일 한 달 후 효과가 없다면 제가 어떻게든 OO님이 낫도록 알아보겠습니다."
이렇게 상담을 마치고 앞서 언급한 토과근산을 준비했습니다.
약을 보내드리고 1주일이 지나 카톡으로 어떤지 물어봤을 때 복용에 불편하지는 않지만, 별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2주일이 되어서 다시 연락드렸습니다. 이번에도 변화가 없다면 처방한 약을 변경하든지 가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돌아온 답을 듣고 기뻤습니다. 드디어 무월경이 끝나고 생리를 시작해서 5일째이고 생리량도 많았다고 합니다.
남의 생리를 내가 이리 기뻐하다니 ㅎㅎ
이렇게 또 한번 한약의 신묘한 약효에 놀라워하며 보람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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